[취미] 겨울산행에 대한 이야기

Posted by honeymon on January 07, 2019

겨울산행 준비사항

얼마 전(2019-01-01) 새해맞이 한라산 산행을 다녀왔다(3번째!)

2019-01-01 한라산

코스는 ‘관음사 - 백록담 - 관음사’ 로 해서 대략 오전 2시쯤 출발해서 오후 1시쯤 하산하면서 11시간이 걸리는 산행이었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일기예보 덕분이었는지 한라산에는 예상(2019년 예상 1만명!!)보다는 적은 인원이 몰렸다. 특히나 관음사 등반로는 성판악 등반로에 비해 1시간 이상 길고 삼각봉 대피소 이후 시작되는 가파른 코스로 인해서 산행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 피하는 곳이기에 사람이 몰리지 않았다. 그래도 3번째 가는 한라산 겨울산행이었던 덕분에 나름 준비를 잘 갖췄다. 그 덕분에 수월하게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서도 몸에 큰 무리가 없었다.

한라산-관음사탄방로

2019-01-01 한라산

겨울산행은 다른 계절에 비해 챙겨야 할 것이 많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방한장비들이다. 그리고 그 중 중요한 것은 아이젠이다. 한라산 겨울산행을 하다보면 큰 준비없이 산행을 시도하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새해맞이 제주도 여행을 온 젊은 커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늙었다. 올해로 아홉수…)들이 대게 그렇다. 그들은 등산로 입구에서 파는 아이젠 중 제일 저렴한 2~3000짜리를 구매한다. 이 아이젠은 발등 부분에 두른 다음 붙이는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걸 신고 산행을 하면 발아치 부근에 체중이 몰리며 심한 압박감과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발이 얼마나 단단하게 고정되느냐에 따라 겨울산행 시 체력소모 정도가 달라진다.

2019-01-01 용진각

적어도 아이젠은 신발 전체를 타이트하게 감싸는 것을 구매하기 바란다. 이후에(다시는 안갈 가능성이 높지만) 하산해서 물에 가볍게 행군 후 건조하여 잘 보관하면 재사용할 수 있다. 눈길에서는 발이 미끌어진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아이젠을 착용한다. 이 아이젠은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눈이 걸리는 방향이 각기 다르다. 올라갈 때는 발끝에 걸리고(이 때 발이 미끌어지며 뒤꿈치에 체중이 몰릴 수 있다) 내려갈 때는 발꿈치 부분에 걸린다(이 때 발끝으로 밀린다. 내려가는 길에 발가락이 하나씩 체중이 몰려 발톱이 눌리면서 양발 발가락 하나씩 부었다).

한라산 국립공원은 1월 1일에만 새해 해돋이를 보려는 등산객들을 위해 00:00 자정 입산을 허용한다. 그래서 이 때 많은 등산객들이 한라산을 찾는다. 올해 한라산은 구름과 안개가 가득한 탓에 어두웠다. 이 때는 헤드랜턴이 있으면 좋다. 헤드랜턴을 착용하면 손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산행이 조금 더 수월해진다.

이번 산행에서 알게된 건데 헤드랜턴 밝기 조절이 된다. 헤드랜턴의 불빛세기 좀 조절했으면 좋겠다. 자동차 운전할 때나 자전거탈 때 눈뽕(헤드라이트의 강한 불빛에 눈이 머는 것)맞는 것 정말 싫어하는데, 산행에서도 눈뽕을 맞으니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눈덮인 산이라 조금 어둡게 해도 등산로 식별하기 용이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을 뽑자면 보온물병과 방한의류가 필요하다. 산을 오르다보면 배낭에 넣어둔 물이 열을 잃으며 얼어간다. 그래서 정상 부근에서는 생수병에 있는 물은 얼어버린 상태가 되어 물을 마실 수 없다. 한라산은 정상에 가면 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산은 올라갔으면 내려가야한다. 어찌보면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고 고되다. 내려가는 길에는 무릎과 발에 모든 체중이 집중된다. 그래서 누구나 발에 다리에 부담이 간다(그런 의미에서 보면 하산길에 뛰어내려가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_@;; 난 다리가 후덜거려서 못 뛰겠던데…). 그래서 준비하면 좋은 것 중 하나가 등산스틱이다. 오르고 내리는 길에 다리의 부담을 일부 나눌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올라가는 산행에서는 조금 짧게, 내려가는 산행에서는 조금 길게 조절한다. 내려가는 산행에서 무릎에 통증을 겪는 이라면 스틱 사용법을 익혀두길 권한다. 이번 산행에서는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갔을 때 비해 무릎통증이 훨씬 적었다(눈덮인 산이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등산복은 비싸다. 비쌀수록 가볍고 기능성이 뛰어나다. 유명브랜드가 아니어도 되니 등산복을 착용하기를 권한다(겨울 산행에서는 확연하게 차이난다). 이번 한라산 산행 때는 뿌옇게 안개가 많이 끼어있었다. 이 안개가 옷과 배낭에 스며들며 하얗게 얼어버린다. 그래서 옷이 젖으면서 체온을 급격하게 빼앗아 간다. 겉에는 방수와 방풍기능을 갖춘 의류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찬공기를 직접 호흡하지 않도록 버프나 마스크를 착용하자. 등산하는 동안에는 숨이 차기 때문에 가쁘게 숨을 몰아쉬다가 찬 공기가 기도를 타고 폐까지 오가면서 급격하게 체온을 빼앗는다. 그래서 내려오면 목감기가 걸리는 일도 일어난다. 그리고 비니와 같은 털모자를 준비하자. 사람의 체온이 많이 빼앗기는 부분 중 하나가 머리다. 땀에 젖었다고 해서 함부로 벗지 말자. 손수건 등을 준비해서 젖은 머리의 수분을 빠르게 털어내고 다시 털모자를 써서 체온손실을 줄여야 한다.

겨울산행 중 체온이 떨어지면 체온을 높일 방법이 거의 없다.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말리고 휴식을 취하는 방법 밖에 없다. 별다른 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추위를 느끼기 시작한다면 바로 하산하자.

핫팩도 넉넉하게 챙기는 것이 좋다(핫팩 봉지는 잘 챙겨가자(ㅡ_- 삼각봉 대피소에서 핫팩 터트리면서 그 포장지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리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아우…). 그리고 핫팩은 기본적으로 포장지를 뜯고나서 주머니에 넣어두면 7~8시간을 간다. 밖에 내놓고 손으로 주물럭 거리면 오히려 더 빨리 식어버린다. 등산복에 가슴팍에는 포켓이 있다. 이 포켓에 핫팩을 넣어두면 따뜻함이 은은하게 오래 유지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열량을 제공하는 부식이다. 초코바도 좋고 에너지바도 좋다. 이번 산행에서는 자전거 장거리 라이딩 시 먹는 용도로 구매한 에너지젤을 일행들과 먹었다. 다음 산행에서는 조금 더 넉넉하게 챙겨야겠다. 먹는 즉시 몸에 회복되는 효과가 있다. 산행을 시작하기 2~30분 전에 먹고 산행을 하는 중간중간에 복용하면 좋다.

정리

겨울산행은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평소에 꾸준한 운동을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사고없이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20년 1월에도 한라산을 오를 계획을 세웠다. 새해맞이 해돋이는 성산일출봉 부근 해안에서 보고 느긋한 산행을 즐길 예정이다.

올라가는 길에 등산경험이 많으신 분들의 투덜거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얼마나 더 내려가야하는지. 한라산은 1박할 수 있는 대피소가 없기 때문에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코스에 따라서는 8~10시간을 계속 걸어야 한다. 충분히 준비해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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